내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MBtech라는 회사는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로 보통 자체 기술개발 프로젝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고객사로부터 프로젝트 의뢰를 받거나 고객사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에 자사의 인력을 투입하는 회사다. 이와 같은 형태로 인력이 고객사의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되는 방식은 독일에서 두 가지 경우로 나뉠 수 있다. 첫 번째는 Werkvertrag이라는 형태인데 내가 처음 CAD서포트에 투입되었던 형식이 바로 이 Werkvertrag이다. 이 경우에는 MBtech에 속한 인력인 내가 고객사인 다임러그룹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그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일들을 하게 되는데 이때 고객사로부터 내게 요구된 업무는 정해져 있다. 나의 첫 번째 프로젝트인 CAD서포트 안에서 내게 주어진 업무는 전화로 오는 CAD 프로그램 관련 문의를 받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었다. 이 경우에 나는 고객사가 정한 고객사 내의 한 사무실에서 일을 하게 되고 내가 업무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은 고객사로부터 제공을 받는다. 다만 그곳에서 일하는 것 외에는 모든 행정적인 사항은 내가 원래 속한 MBtech회사의 시스템을 따른다. 예를 들어 휴가 같은 경우 고객사와 상의하여 어느 시기에 휴가를 간다고 이야기를 하고 조율하기는 하나 그 휴가를 등록하는 건 내가 속한 MBtech회사 시스템에서 하는 것이고 내가 투입된 고객사 곧 다임러 그룹 내에서 나는 완전 100프로 외부인으로 취급되어 구내식당 및 모든 회사 시설 이용이 제한되어 있거나 외부인이 이용하는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Werkvertrag과 다른 형태로 투입되는 방식 중에 Arbeitsnehmerueberlassung이라는 방식이 있다. 내가 두 번째 프로젝트로 다임러 고객사의 익스테리어 디자인 엔지니어링 부서에 투입될 때 이 방식을 따라 투입되었다. 가장 크고 중요한 차이점은 고객사 내에서의 나의 권한이다. Werkvertrag 같은 경우 난 철저히 외부인이고 다른 회사 직원이다. 그러나 Arbeitsnehmerueberlassung의 경우 나는 고객사 사원증을 받게 되고 고객사 내부 시스템 상에 다른 일반 정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이름과 연락처가 등록된다. 또한 고객사 사원증을 통해 구내식당이나 고객사 내의 모든 시설들을 정직원들과 같은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마치 고객사의 정직원 같으나 계약서를 통해 근무 기간이 정해진 것과 같은 형태이다. 그리고 이 계약기간 동안에는 고객사의 직원들이 누리는 복지혜택 (자사 자동차 할인, 제휴 업체 물품 할인 등)을 똑같이 누릴 수 있다. 거기에 더해 또 하나의 장점은 내가 Arbeitsnehmerueberlassung을 통해 고객사에 투입되어 있는 동안에 내가 투입된 업무를 기준으로 고객사의 정직원과 동일한 수준의 월급을 맞춰 받게 된다. 보통은 MBtech의 직원이 고객사인 다임러그룹의 정직원보다 낮은 수준의 급여를 받지만 Arbeitsnehmerueberlassung로 투입되어 있는 경우 고객사의 정직원과 MBtech에서 받는 급여의 차액만큼 이 추가 성과급 형태로 지급되면서 고객사의 직원과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내가 Arbeitsnehmerueberlassung를 통해 메르세데스 벤츠 디자인 스튜디오에 2년간 파견되어 있다가 다시 MBtech로 돌아왔을 땐 나의 급여가 줄어드는 일이 생겨났다.
독일에는 정말 많은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가 있다. 내가 처음 일했던 MBtech (현재 Akka Technologies) 외에도 Bertrandt, IAV, Brunel, EuroEngineering, AVL, Valmet Automotive 등 정말 다양한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들이 있고 이 중에는 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업체도 있다. 독일 완성차 업체들은 이런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와 활발히 협력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형태로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의 인력을 자사로 파견하게 하여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서포트하게 하기도 하고 아니면 어떤 프로젝트 하나를 패킷으로 묶어 엔지니어링 서비스에 의뢰를 하고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가 자체적으로 그 의뢰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한 뒤 결과물을 받는 형식으로도 협업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완성차 회사들은 많은 기술개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를 얻고 있다. 사실 대학을 졸업하고 어떤 직장 경력 없이 독일의 완성차 회사에 바로 입사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러기에 이러한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는 대졸자들이 먼저 직장 경력을 얻기 위해 들어가는 회사로 많이 선호하고 있고 실제로 고객사 대부분이 완성차 회사들이기 때문에 투입된 인력들이 고객사로부터 인정받아 엔지니어링 서비스 회사에서 고객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러한 방식이 독일 완성차 회사를 들어가기 위한 좋은 방식으로 여겨지고 있기도 하다.
- 작가: Eins / 아우디 회사원
직접 경험한 독일에서의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는 중입니다. 독일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독일로 와서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꿈꾸듯 살아가는 중
- 본 글은 Eins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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