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 그룹에서 졸업 논문을 마친 2014년 2월 나는 졸업 논문을 썼던 부서로 취직이 될 것을 기대했지만 논문 이후에 취직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취업준비기간에 들어가게 됐다. 졸업 논문을 쓰고 제출하면서 모든 학사과정을 마쳤기에 나의 학생 신분은 끝이 나고 나의 비자도 더 이상 학생 비자가 아닌 취업 준비 비자로 전환되게 되었다. 3월 한 달 동안은 졸업 논문을 쓴 다임러 친환경 기술개발 팀이 있었던 만하임에 머물렀다. 그 부서에 미련이 남아 있어서라기 보다 인턴과 논문을 거치며 1년 동안 살았기에 적응도 되었고 머물고 있던 사설기숙사에도 계속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며 또 만하임이 위치한 바덴뷔어템베르크 주에는 독일 자동차 산업에서 크고 작은 많은 회사들이 몰려있는 곳이라 그곳에서 취업을 준비하면 면접이 있어 이동하게 되더라고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계속 만하임에 남아 취업준비를 했다.
사실 취업을 위한 회사 지원은 졸업하기 이전부터 시작했다. 다임러그룹에서 논문을 쓰면서 회사 내부 채용시스템을 이용해 다임러그룹 안에 있는 많은 자리들을 알아보고 지원했고 정말 완성차 회사부터 부품회사 그리고 아주 작은 기술개발 서비스 업체까지 자동차와 관련된 회사들은 독일 전국 도시도 가리지 않고 지원했다. 그런데 직장을 얻는 일은 역시 쉽지 않았다. 사실 두 번의 인턴 경험이 있다고 해도 학사과정만을 마친 상황에서 직장을 구하는 일이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처음엔 지원을 하고 서류도 통과 못한 채 면접의 기회도 못 얻었을 땐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고 열심히 지원을 했다. 다행히도 지역이나 회사의 크기 등을 따지지 않았기에 지원할 수 있는 자리들은 많이 있었고 매번 지원동기서를 작성하는 수고로움에도 정말 많은 자리들을 지원했다. 취업 박람회가 열리면 그곳에도 가보았고 독일에서 취업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내 이력서의 형식이나 내용을 봐주는 Bewerbungstraining에도 가면서 내 지원 서류들을 다듬고 개선시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내가 지원한 자리들이 아주 많았고 많은 경우에 답장 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때에는 오히려 내가 전화를 해서 내 지원서에 대한 검토를 문의해야 한다는 말에 내가 지원하고 아직 답이 오지 않은 회사들과 지원한 자리들을 하나의 리스트를 만들어 정리하고 지원한 이후 2주가 지나도록 답이 오지 않으면 그 회사의 인사부서 연락처로 전화를 하거나 메일을 써서 내 지원서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중에 직장을 구하고 난 뒤 그 리스트를 봤을 땐 거기에 200개가 넘는 자리들이 적혀있었다. 200개가 넘는 지원서류를 보내고 나서야 직장을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에 가족들과 전화 통화를 하던 중에 아버지로부터 한국에 있는 회사들도 지원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말씀을 들었다. 전화로는 조금만 더 독일에서 찾아보고 그래도 안된다면 한국 회사들에도 지원해보겠다고 말씀드렸지만 그 통화 이후에 사실 몇몇 한국에 있는 자동차 관련 회사들의 채용정보들을 보기도 했다. 그만큼 독일에서의 직장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았고 마음은 많이 답답했다.
취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어느덧 4개월이 지나갈 때쯤 어떤 작은 엔지니어링 서비스 업체로부터 전화면접의 기회를 받게 되었다. 이 회사는 독일어로는 Personaldienstleister라고 쓸 수 있는 기술개발 인력업체였다. 회사 자체 내에 어떤 프로젝트가 있는 게 아니라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로부터 어떤 프로젝트에 필요한 외부 인력에 대한 요청이 있을 때 자신들의 회사에 있는 인력을 보내서 프로젝트 업무를 하게 하는 회사였다. 아주 작은 회사였지만 그래도 내가 수차례 지원한 끝에 얻은 첫 번째 면접의 기회였기에 정말 너무 많이 떨렸다.
내가 지내는 작은 방에서 치른 전화면접은 쉽지 않았지만 많이 어렵지도 않았던 것 같다. 왜냐하면 회사 측에서 나에게 던진 질문이 많지 않았다. 다만 현재 그 회사가 인력을 의뢰받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소개하고 그 회사가 생산하는 특수차량 개발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있는지를 물어봤다. 난 특수차량에 대한 경험이 없었고 지식도 많지 않아 당시에는 솔직하게 그 분야에 내가 가진 경험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금방 전화면접은 끝이 났다. 결과는 며칠 뒤에 탈락 메일로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자리들을 지원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계속 흘러갔다. 그러던 중 내가 처음 인턴을 했던 Mercedes-Benz Technology라는 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면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심지어 내가 처음 인턴을 했던 팀이었고 면접 담당자는 내가 인턴 했을 당시 부팀장이었던 사람이었다.
면접을 준비하며 마음에 기대가 또 눈치 없이 자꾸 부풀었고 두 번째 면접만에 직장을 구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면접날 2012년에 6개월간 인턴을 했던 그 건물에 다시 찾아갔고 내가 일했던 사무실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이전 인턴 했을 때 얘기도 조금씩 하며 좋은 분위기에서 면접을 이어가던 중 면접을 보던 팀장으로부터 한 질문을 받았다. 내가 지원서를 작성하고 제출할 때 온라인 지원서 작성란에 기대하는 연봉을 적는 란이 있었고 거기에 평소 인터넷으로 알아보며 내가 적정하다 생각한 연봉을 적어 지원서를 냈는데 그 란에 적은 기대 연봉의 액수가 얼마인지 그리고 왜 그 금액을 기대 연봉으로 적어 냈는지를 물어보았다. 이 질문에 나는 지금 돌아보아도 너무 부끄러운 대답을 했다. 내 기대 연봉은 직장인의 초봉 평균이라 생각했고 사실 그 금액이 큰지 적었는지 잘 모른다고 답을 했던 것이다. 결국 내가 처음 인턴 했던 팀… 이전에 함께 일했던 사람과 마주한 면접이라는 어찌 보면 좋은 조건의 상황에서도 나는 탈락했다는 면접의 결과를 얻게 되었다. 사실 직접적으로 마지막에 기대 연봉에 대해 물어본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 형편없었기에 떨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돌아볼 때 그 순간이 가장 아쉬웠기에 나의 바보 같은 답변에 한참을 후회하고 낙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계속 시간이 지나며 작은 엔지니어링 서비스 기업에 몇 차례 전화면접과 직접 면접의 기회를 얻고 면접을 보았지만 번번이 자리를 받지 못했다. 그러던 중 내가 처음 인턴을 했던 회사에서 이번엔 다른 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인턴을 했던 도시가 아닌 다른 곳에 위치한 사무실에 다른 부서에서 공고를 낸 자리에 지원을 했는데 그 부서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슈투트가르트 옆 다임러 그룹의 가장 큰 공장이 위치한 Sindelfingen이라는 도시에 있는 MBtech (Mercedes-Benz Technology) 회사에 파워트레인 설계 부서에서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이날엔 담담 팀장과 인사부서 담당자가 면접에 들어왔다. 이 면접을 준비하며 가장 많이 신경 쓴 질문은 내 기대 연봉에 대한 질문이었다. 두 번째 독일 직장 이야기에서 면접 질문들에 대해 더 자세히 쓰려고 하는데 이 기대 연봉에 대한 질문에 답을 두 번 다시 실수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어떤 답을 할 수 있는지 많이 알아보고 생각해서 면접에 임했다. 면접은 굉장히 순조로웠고 내 학사 논문 주제에 대한 질문에는 그 면접을 본 회의실 안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이용해가면서 질문에 답을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기대 연봉에 대한 질문이 인사부서 담당자로부터 나왔고 준비했던 답을 실수 없이 말한 뒤 면접을 마치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면접 결과를 기다리는 피 말리는 시간이 흘러갔고 그러던 중에 린다우라는 도시에 있는 프랑스 자동차 부품회사 Faurecia로부터 면접 기회를 받아 내려가게 되었다.
린다우라는 도시는 내가 면접을 준비하던 도시로부터 꽤 멀리 떨어진 곳이었기에 나는 면접 전날 숙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이른 시간에 예정된 면접에 참여했다. Faurecia 회사에서 본 면접도 매우 순조로웠고 자동차 인테리어 부품개발이라는 분야도 내게는 새로웠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오전에 면접을 마친 뒤 내가 예약한 기차를 탈 때까지 린다우라는 도시를 둘러보았다. 독일 최대 호수인 Bodensee를 끼고 있는 여러 도시들은 대부분 관광도시로도 유명한다. 그중 린다우라는 도시는 관광객들이 특히 많이 모이는 도시였기에 나도 그 도시를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둘러보고 싶었다. 그래서 도시를 거닐며 구경을 하던 중에 메일을 하나 받게 되었는데 바로 Sindelfingen에 MBtech회사로부터 온 면접 결과 메일이었다. 너무 떨리고 긴장된 마음으로 그 메일을 열고 정말 눈물이 조금 났다. 합격을 했다는 말과 함께 언제부터 회사에 입사하여 일을 할지 날짜가 적힌 계약서가 첨부된 메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014년 3월부터 시작한 취업준비는 MBtech로부터 합격 메일을 받은 8월 초에 끝이 났고 합격 메일을 받은 그다음 달인 2014년 9월부터 나는 독일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 작가: Eins / 아우디 회사원
직접 경험한 독일에서의 유학생활과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써보는 중입니다. 독일 브랜드의 자동차를 만들고 싶어 독일로 와서 독일 자동차 회사에서 꿈꾸듯 살아가는 중
- 본 글은 Eins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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