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무게는 체중의 2% 정도이나, 몸 전체 혈류의 15%를 뇌혈류로 공급받고, 에너지의 20%를 소비합니다. 뇌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먹는 음식의 종류와 질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보통 나이가 들면 인지 기능이 ‘나빠진다’, ‘쇠퇴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기억력과 관련된 해마의 크기가 작아지고, 신경 세포 간 대화를 담당하는 축삭을 감싸는 수초가 닳아서 ‘전선줄이 손상된 것처럼’ 정보 처리 속도가 느려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이고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이유죠.
‘나이’는 대부분 질환의 ‘위험 인자’이지만 특히 신경과 질환, 치매나 파킨슨 병과 같은 퇴행성 질환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력과 청력이 떨어지고 수면을 깊게 취하지 못하며, 약을 소화할 수 있는 간과 신장 대사 능력 저하도 문제가 되고요. 사회 경제적 요인으로 우울증에 더욱 쉽게 노출이 되는 것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좋아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연륜과 지혜는 물론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통합적으로 관망하는 능력이 향상됩니다. 신경 세포의 돌기는 가지치기를 하는데, 이 가지치기가 늘어나면서 멀리 떨어진 뇌 구역과의 연계성이 늘어나지요. 그래서 나이가 들면 더 큰 그림을 그려보며 현명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40대의 뇌는 인지력과 기억력이 여전히 잘 유지되지만 새로운 에피소드를 기억하는 능력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최근에 만난 사람의 이름이나 봤던 영화의 내용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해지죠. 40-50대는 뇌가 더 성숙해지고 타인의 감정을 더 공감하고, 통찰력이 좋아지니 대화가 더 즐거워지는 나이입니다.
뇌와 관련하여, 미국 심장학회(AHA)에서 7가지를 강조했습니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 운동, 음식, 체중, 금연
특히 당뇨병을 강조합니다. 당뇨는 뇌혈관의 탄력성을 줄이고 딱딱하게 만들어 뇌신경의 가소성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당뇨에서 발생한 인슐린 저항성이 (인슐린 저항성이란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못한다는 의미)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인 기전에서 중요합니다.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을 못하여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덩어리를 형성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중해식 식단 (Mediterranean diet) 많이 들어보셨죠. 오메가-3, 비타민 B, 항산화제가 풍부한 식단인데요, 간단히 다시 정리해드립니다.
붉은색 고기 대신에 생선을 1주일에 2회 먹기,
버터 대신에 올리브 오일로 요리하기,
베리, 브로콜리, 당근 등 다채로운 색상으로 밥상 차리기,
빵, 파스타, 시리얼 등은 100% 통곡물로 구입하기.(오트밀, 퀴노아, 보리, 호밀도 좋은 대안)
조금 더 나아간 MIND DIET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이는 앞에서 말씀드린 지중해식 식단과 DASH diet (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을 혼합한 개념입니다. MIND는 Mediterranean-DASH Diet Intervention for Neurodegenerative Delay의 약자입니다. 되도록 동물성 포화 지방의 섭취를 줄인 식단을 의미하는데요, 다른 식단법에 비해 따르기 간단합니다. 종류를 엄격히 제한하지 않습니다.
베리류나 푸른 잎채소를 특별히 강조하지요. 그동안의 연구결과는 이런 식단이 치매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단을 4.5년간 제대로 고수한 이들의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가 53% 감소하였습니다. 이 식단을 허술하게 따른 이들마저 위험도가 35% 감소했다고 하지요. 어찌 되었든 이런 식단을 유지하면 인지능력의 감퇴 속도가 떨어져 같은 동년배들보다 7.5년 정도 뇌가 젊다고 하니, 매우 가치가 있지요.
지중해식 식단과 거의 비슷하고, 콩과 견과류의 섭취를 권장합니다. 붉은색 고기 대신 가금류(닭, 오리 등)를 1주일에 2회 섭취하도록 합니다.
수많은 관찰 연구에 의하면 운동, 활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5세 이상의 174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주일에 3회 운동하는 그룹이 치매 위험도가 34% 감소하였습니다. 집중력, 언어 유창성, 기억력 등도 향상되었고요.
운동이 뇌에 도움이 되는 이유는 산소화된 맑은 혈액이 뇌로 가는 것을 촉진하고, 해마와 소뇌 같은 뇌 구조 주변의 혈관을 새로 만들어주고, BNDF(Brain derived Neurotropic Factor)라는 새로운 신경 세포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인자가 생성되도록 합니다. 또한 해마, 전두엽 뇌의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막아주지요.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고, 충동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것을 막아주고, 수면이나 감정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니 운동을 해야 하는 신경과학적 이유는 정말 많습니다.
하루에 1시간 운동을 해주면 좋다는 건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운동 이외 시간의 대부분을 TV 앞에서, 컴퓨터 앞에서, 사무실에 앉아서 보낸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생활 동선에서 계속 움직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보세요. 하루에 한 시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체력이라면 가볍게 뛰어서 시간을 단축시켜보세요.
심장질환, 당뇨, 골다공증, 관절염, 폐질환이 있을 때는 운동 시 주의 사항을 주치의로부터 확인받으세요.
심장 질환자는 너무 무거운 리프트를 하지 마세요. 숨을 참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혈압을 올리기 때문이지요. 너무 덥거나 추운 기온을 피해서 야외 운동을 진행해주세요.
당뇨 환자들은 더욱 주의할 점이 많습니다. 운동 시 저혈당의 위험성이 있으며, 당뇨 눈과 당뇨 발에 대한 관리와 엮어있기 때문인데요. 일단 발을 잘 보호하는 신발과 양말을 착용하셔야 하고, 당뇨 눈이 있을 경우 과한 운동으로 혈관이 터질 수 있습니다. 식후 1-3시간째 운동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운동 시 저혈당을 대비하여 주스나 캔디를 꼭 지참하세요.
골다공증이 있을 경우 뼈 밀도를 강화시킬 수 있는 걷기, 계단 오르기, 등산이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골절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조깅이나 점핑 같은 격렬한 운동은 피하세요. 허리를 과도하게 굽히거나 틀거나 운동 범위가 커지는 요가 같은 것도 주의하세요. 척추 골절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관절염이 있을 때는 관절에 무리가 되는 조깅은 피하고, 걷거나 자전거, 수영 같은 운동이 좋습니다.
폐질환이 있을 때는 코로 숨을 들이쉬어 공기를 따뜻하게 들이쉰 다음, 입으로 천천히 내뱉는 식으로 호흡을 하고 숨이 찰 때는 운동을 바로 중단해야 합니다.
운동을 하다가 너무 숨이 차거나, 어지럽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심박동이 과도하게 뛰면 꼭 진찰을 받으셔야 합니다.
넘어져서 가볍게 머리를 부딪친다고 해서 지나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머리 외상이 반복된다면 문제가 되겠죠.
낙상 위험을 줄이는 것도 뇌 건강을 위한 전략입니다. 정기적으로 안과 검진을 받으시고, 신발 상태를 체크해주세요. 집안의 바닥이 너무 미끄럽지 않은지, 욕실 주변을 잘 봐주세요. 그리고 집 내부 조명의 밝기도요. 그리고 꾸준한 밸런스 운동이 중요합니다.
고령에서는 체중이 적게 나가는 것도 문제입니다. 체중, 체지방이 너무 줄어들면 신경계에 필요한 호르몬 합성에 문제가 생깁니다. 체중이 계속 빠지는 것이 식욕 문제인지, 심리적인 문제인지, 치아 문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뇌신경세포들의 연결고리인 시냅스는 훈련에 의해 그 연결이 새로 생겨나 강화될 수도, 약화되어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한편, 뇌의 무의식계는 외부 정보의 패턴을 자동적으로 계산하여 인식하려는 경향을 보여주나 의식계의 고차원적인 능력으로 빈틈을 메울 수 있는데요. 단지 몇 개월의 의식적 훈련, 학습의 결과로도 뇌의 구조와 기능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몸담고 있던 일을 벗어나 색다른 영역을 탐험하고 새로운 삶을 시도하는 분이라면 ‘뇌의 가소성’을 믿고 전략을 세워보시길 바랍니다.
뇌 건강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음식과 운동을 중심으로 자세히 말씀드렸습니다. 그 외에 수면과 사회적 관계의 관리에 대해 다음 글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작가: 익명의 브레인 닥터 / 의사
말보다 글로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13년 차 신경과 의사입니다. 우연히 코로나 시대의 독일을 겪는 중입니다.
- 본 글은 익명의 브레인 닥터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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