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사는 독일인이 가장 그리워하는 고향음식은?!
독일인의 빵 사랑
외국에 사는 독일인이 가장 그리운 고향 음식은 학세도 슈니첼도 소시지도 아닌..
바로 “빵” 이다.
그들은 한결같이 빵을 그리워했고 독보적인 제빵 마이스터들을 예찬했다.
독일은 빵이 주식에 맛도 맛이지만, 예를 들어 프랑스 빵 크루아상같은 경우 전 세계 어디를 가도 먹을 수 있지만 독일 특유의 구수한 곡물빵은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떄문이기도 하다.
YesPhotographers/shutterstock.com
빵에 대한 독일 사람들의 애정은 각별한데.. 현재 독일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빵 종류만 3,200여 가지가 넘고, 독일의 빵 문화는 지난 2015년에 유네스코 무형 문화 목록에 공식 추가되었다.
주식이 빵인 만큼 빵집도 정말 많은데 어디를 가도 맛없다고 느껴본 적은 없다. 대부분이 기본 이상은 한다.
가격역시 한국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저렴하다. 마트의 경우 대부분이 1유로 미만이고 행사빵은 20센트에도 나온다.
독일인의 빵 사랑은 언어에서도 유추해 볼 수 있다.
Broterwerb: 밥벌이, 생계 (한국과 비슷하다.)
Pausenbrot: 간식(간식빵)
Abendbrot: 저녁(저녁빵)
결국 독일 사람들은 아침, 점심, 간식, 저녁을 다 빵을 먹는 셈이다.
빵과 관련한 속담도 참 많다.
Morgen stund bringt Brot und Geld in Munde
아침 시간은 입에 빵과 금을 가져다준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우리나라 속담과 비슷하다.
Er sollte lieber kleiner brochen backen
차라리 더 작은 빵을 굽는 것이 더 낫겠다.
->본인의 능력으로 생각하지 않고 어떤 큰일을 할 때를 비유하는 속담
이렇게 독일인의 식생활에 빠질 수 없는
빵의 특징은 ‘곡물’이다.
독일에서는 빵을 만들 수 있는 곡물을 통칭하여 ‘빵용 곡물(Brotgetreide)’이라고 부른다.
밀(Weizen), 호밀(Roggen), 오트밀(Hafer), 보리(Gerste), 옥수수(Mais), 쌀(Reis) 등 밀가루뿐만 아니라 다양한 곡물들을 재료로 한다. 흰 빵만 먹으면 영양가가 낮다고 생각해서 흰 빵보다 곡물빵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우리가 흰쌀에 잡곡을 섞어 먹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 아닐까 싶다.
밀가루뿐만 아니라 곡물들을 재료로 삼다 보니 그 맛과 향이 독특하며 속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곡물 외에도 채소도 다양하게 들어가서 감자빵, 양파빵, 당근빵.. 별의별 빵이 다 있다.
빵 겉면과 속 안에까지 씨앗들이 들어 있는 해바라기빵(Sonnenblumenbrot), 호박빵,(kürbiskernbrötchen) 등도 빠질 수 없는 잇템이다.
그들은 왜 곡물빵을 만들게 되었을까?
독일은 남부 프랑스나 이탈리아같이 햇빛이 충분하지 못해 대부분의 지역이 밀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호밀이나 밀 같은 곡식을 더 많이 재배했다. 환경적인 요인 때문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유기농 붐이 일기 훨씬 이전부터 이들은 영양이 풍부한 통밀로 빵을 구워 먹었다.
정재 되지 않은 곡물이 빵 겉면과 속에도 들어 있어서 아침에 하나만 먹어도 든든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달달하고 부드러운 빵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독일빵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 확실히 단맛은 다른 나라 빵보다 덜하다. 독일 빵을 먹으면서 달다고 느낀 적이 별로 없다.
게다가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고 했는데 독일빵은 못생겼다. 처음 먹었을 때 아~ 맛있다는 강렬한 감흥도 없다.
하지만 자꾸 손이 간다. 겉은 단단하지만 속은 부드럽다. 담백해서 어떤 버터, 치즈, 쨈과도 조화를 이룬다. 밀가루뿐만 아니라 각종 곡물들의 배합이 풍기는 고소함은 침샘을 미친 듯이 두드린다.
진동하는 빵 냄새로 인해 코는 거의 마비 직전이다.
다 먹고 나면 기분좋은 포만감에 배시시 미소 짓는다.
예전에 유시민 작가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나와 독일 유학 시절 먹었던 독일빵은 황홀했다고 표현했는데 정말 공감했다. 독일에 놀러 온 지인들역시 하나같이 학세고 소시지고 기억에 남는 음식은 하나도 없는데, 우리집에서 아침에 먹었던 빵은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늘 하는 이야기이지만 나 역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가장 그리울 것은 ‘독일빵’이다.
아마 내가 살고 있는 집 1층이 빵집이어서 아침마다 건물에 퍼지는 빵냄새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때때로 냄새의 기억이 생각보다 강렬하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됐다.
나는 빵 먹는 시간이 좋아서 자기 전 아침을 기다린다. 내 하루 일과 중 가장 풍요로운 시간이다.
갓 구운 빵 한입에 갓 뽑은 커피를 마시며, 이 황홀한 빵의 미학을 꼭꼭 씹어 내 마음속 깊이 눌러 담았다.
문득 그러고 보니 괜찮은 사람도 독일빵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시간 숙성된,
질리지않는 담백함,
화려하지않지만 영양가 높은,
이상하게 자꾸 만나고 싶은..
그런 사람.
- 작가: 여행생활자KAI
독일 라이프치히에 살고 있는 여행생활자, 주변 살펴보기가 취미인 일상관찰자 - 본 글은 여행생활자KAI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 응원의 메세지나 문의를 아래 댓글창에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겨주시면 작가님께 메세지가 직접 전달이 됩니다.
- 2021년 첫 회원 이벤트 – 재미있는 사연 나누고 “독일은 왜?” 책 받기 (링크 클릭)
ⓒ 구텐탁코리아(http://www.gutentagkorea.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