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여행 시 독일에서 쓰던 요금 그대로 통화와 데이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는 EU와 유럽경제지역 안에서만 적용되며, 터키나 스위스처럼 제도 밖 국가에 들어서는 순간 요금 폭탄을 맞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독일에서는 한 70대 여성이 터키 여행 중 로밍 설정 실수로 16.000유로가 넘는 청구서를 받은 사례도 있었습니다. 독일 소비자보호센터가 독일 요금제로 해외 로밍 시 알아야 할 주의사항을 정리했습니다.

터키 여행 중 받은 16.615유로 청구서
Bild 보도에 따르면, 독일의 75세 음악 교사 크리스티네 뷔트너(Christine Büttner)는 그리스 로도스 여행 중 일정에 포함된 터키 3일 방문 기간에 독일에 있는 남편과 짧은 통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귀국 후 이동통신사로부터 약 16.615유로에 이르는 휴대전화 요금을 청구 받았습니다. 본인은 단지 남편 안부를 묻기 위해 전화를 했을 뿐이라고 여겼지만, 실제로는 백그라운드에서 웹사이트, 업데이트, 클라우드 기능 등이 작동하며 막대한 데이터가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와 같은 혼란이 있었던 이유는 그리스 로도스에서는 EU 로밍 규정이 적용돼 별도 추가요금 없이 독일 요금제로 통화와 데이터 사용이 가능합니다. 반면 터키는 EU 로밍 규정 적용 국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통신사는 나중에 선의의 조치로 청구액을 1.690유로까지 낮췄습니다.
EU 로밍, 기본 원칙은 “집에서처럼”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이른바 “집에서처럼 로밍하기(Roam like at home)” 원칙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에서 이동통신 계약을 맺은 이용자가 EU 또는 유럽경제지역(EWR) 국가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할 경우, 원칙적으로 자국 내 요금제와 같은 조건으로 통화, 문자, 데이터 사용이 가능합니다. 이 제도는 2032년 6월 30일까지 적용됩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적정 사용(Fair Use)’을 전제로 한 제도이며, 완전히 무제한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디까지가 무료인가요? EU 로밍 적용 국가
- EU 로밍 규정은 EU 27개 회원국과 함께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같은 EWR 국가에 적용됩니다. 여기에 몰도바와 우크라이나도 포함됩니다.
- 반면 스위스와 터키는 적용 대상이 아닙니다. 영국 역시 브렉시트 이후 EU 로밍 규정의 직접 적용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현재 일부 통신사가 자발적으로 비슷한 혜택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통신사 정책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또 조심해야 할 곳은 산마리노, 안도라, 모나코, 맨섬, 지브롤터, 바티칸, 카리브해 해외령 같은 지역입니다. 어떤 통신사는 이런 지역을 EU 요금 구역으로 보지만, 어떤 곳은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행 전에는 반드시 자신이 이용하는 통신사의 국가별 요금 구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비행기나 선박의 이동통신망은 EU 로밍 규정 대상이 아닙니다. 따라서 비행 중이거나 크루즈선 안에서 휴대전화를 켰을 경우, 예상치 못한 고액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EU 안에서도 예외는 있습니다
EU 안에서는 대체로 국내처럼 쓸 수 있지만, 몇 가지 예외가 존재합니다.
- 먼저 데이터 사용량은 요금제에 따라 제한될 수 있습니다. 특히 매우 저렴한 요금제나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경우 통신사가 해외 사용에 대해 별도의 공정 사용(Fair Use) 한도를 둘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통신사는 사전에 한도를 알려줘야 하며, 이용자가 한도에 도달하면 경고 메시지도 보내야 합니다. 이를 넘어서면 추가 비용이 붙을 수 있습니다.
- 또 하나는 장기 체류입니다. EU 로밍은 기본적으로 여행, 출장, 단기 체류를 전제로 합니다. 통신사가 4개월 정도의 관찰 기간 동안 사용자의 휴대전화가 자국보다 해외 네트워크에 더 오래 접속해 있고, 사용량도 해외에서 더 많다고 판단하면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통신사는 먼저 경고를 보내고 2주 정도 이용 행태를 바꿀 기회를 줘야 합니다.
독일에서 다른 EU 국가로 전화를 건다면?
독일에서 독일 요금제로 프랑스나 이탈리아 번호로 전화를 걸 때와, 프랑스에 가서 독일 번호나 프랑스 번호로 전화를 걸 때는 규정이 다릅니다. 독일 국내에서 다른 EU 국가로 거는 국제전화는 로밍이 아니라 국제통화로 취급됩니다. 이에 따라 분당 최대 19센트, 문자 한 통당 최대 6센트(모두 부가세 별도)라는 상한선이 적용됩니다. 반면 프랑스에 실제로 체류하면서 독일 번호나 다른 EU 국가 번호로 전화하는 것은 로밍 규정에 따라 독일 국내 통화처럼 처리됩니다.
서비스 전화의 비용 함정
EU 로밍 규정에도 불구하고 요금 폭탄이 생기는 대표적 원인 중 하나는 특수번호(Sonderrufnummern)입니다. 예를 들어 고객센터, 상담번호, 프리미엄 서비스 번호 등은 일반적인 EU 로밍 규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연결 비용은 제한되더라도, 번호 자체가 제공하는 서비스 요금은 별도로 붙을 수 있습니다.
호텔 와이파이 전화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호텔이나 카페 와이파이를 잡고 전화를 거는 와이파이 콜(VoWiFi, WLAN-Call)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와이파이 기반 통화는 당연히 무료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통신사에 따라 이 통화는 EU 로밍 규정이 아니라 별도 국제통화 규정으로 처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는 일반 음성통화보다 오히려 더 비싸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유럽 내에서는 오히려 통신망을 통한 일반 로밍 통화가 더 안전한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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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요금 폭탄을 피하려면?
EU 로밍이 적용되지 않는 나라에 들어갈 때는 가장 먼저 데이터 로밍을 꺼야 합니다. 이렇게 해도 일반 음성통화는 가능합니다. 통화만 하려고 했더라도 스마트폰은 뒤에서 자동 업데이트, 메신저 동기화, 사진 백업, 클라우드 접속, 앱 새로고침 등을 계속 수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용자가 직접 인터넷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데이터 사용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국가에서는 필요한 경우 현지 유심이나 eSIM을 별도로 구매하는 것이 훨씬 안전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행용 eSIM 서비스가 많아져 출국 전에 앱이나 QR코드로 쉽게 설치해 현지 데이터만 따로 쓰는 방식이 일반화되고 있습니다.
로밍 요금에는 안전장치가 있습니다
EU 규정은 모바일 데이터 사용과 관련해 비용 에어백(Kosten-Airbag) 제도도 두고 있습니다. 기본 설정으로 약 59.50유로 수준의 한도에 도달하면 모바일 인터넷 연결이 자동으로 끊기도록 돼 있습니다. 80% 정도를 썼을 때는 경고 메시지가 표시됩니다. 다만 이용자가 이 보호 기능을 직접 해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국경 근처에서는 자동으로 잡힐 수도 있습니다
국경 지역에서는 자동으로 잡히는 네트워크에도 주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독일 안에 있어도 스위스나 비EU 국가 국경 근처에서는 휴대전화가 자동으로 외국 통신망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는 독일에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비EU 요금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비EU 국가 인근에서는 자동 네트워크 선택을 꺼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여행 후 고액 청구서를 받았다면
만약 여행 뒤 이해할 수 없는 높은 통신비 청구서를 받았다면 다음과 같이 이의를 제기하세요.
- 소비자는 청구서를 받은 뒤 8주 안에 통신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이때는 로밍 비용이 실제로 어떻게 발생했는지 기술 검토 기록과 세부 사용 내역을 요구해야 합니다. 독일 소비자보호센터의 샘플 서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 다만 상세 이용 내역에 해당 통신 기록이 찍혀 있으면, 법적으로는 일단 사용된 것으로 인정됩니다. 그러면 소비자는 해당 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합니다.
- 통신사가 EU 규정 또는 안내 및 경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면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undesnetzagentur)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 자동이체가 설정되어 있다면 취소하고 논쟁의 여지가 없는 금액만 먼저 통신사에 송금하고 나머지를 분쟁 대상으로 명확히 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대응은 개별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소비자단체나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작성: 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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