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클럽

[모젤파파] 독일 직장의 회식, 경조사 문화는?

kohheon1 kohheon1 · 2021-03-23 09:31 · 조회 1476

 

독일 직장에 입사 후 얼마되지 않아 동료의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독일에서 이미 오랜 유학생활을 했지만 결혼식에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였다. 이미 시청에서 혼인신고를 마치고 피로연 행사였는데 시골에 사는 신부의 할머니 댁에서 열린 마을 사람들이 다 모인 듯한 성대한 파티였다.

정원에서는 대형 그릴판에 엄청난 양의 소세지를 굽고 있었고, 산더미처럼 쌓인 맥주, 음료 상자를 두고 가족들이 손님들을 맞이 하느라 정신없이 분주한 모습이였다. 집 문앞에서는 결혼을 맞은 부부의 앞길에 나쁜일들이 생기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와 필요없는 그릇 등을 던져 깨트리며 축하해주었다. 이날 나의 직장동료들 중 몇몇은 늦은시간까지 파티를 즐긴 후 정원 한켠에 설치해둔 텐트에서 잠을 자기도 하였다.

 

 

흔히 듣기로 독일직장에는 회식, 경조사 문화가 없다라고 하는데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물론 한국처럼 퇴근 후 식당을 찾아 술한잔 기울이는 회식은 없지만 결혼, 생일, 출산과 같은 특별한 날에는 서로 선물을 전하고 파티를 열어 즐기기도 한다.

 

 

독일에서는 생일을 맞은 사람이 직접 구운 케잌이나 머핀 등을 가져와 동료들과 나누어 먹는다. 친한 동료들의 경우 작은 선물을 주기도 하지만 보통은 생일 당사자가 음식을 가져와 나누어 주는 문화이다. 40세 생일이면 독일에서는 특별히 성대하게 치룬다고 한다. 40번째 생일을 맞은 동료가 있었는데 그 동료는 큰 식당을 빌려 모든 직장동료, 가족, 친구들을 초대해 큰 파티를 했다. 이처럼 파티에 초대 받게 되면 작은 선물이라도 가져가 파티에 참여한다.

 

 

직장 입사 후 1년이 지난 시점에 나의 둘째아이가 태어났다. 그 전까지 오랜시간동안 동료들의 출산은 없었는데 오랜만에 출산소식이 들려왔다며 동료들로부터 많은 축하를 받았다. 출산 직후 2달간 Vaterschaftsurlaub을 하고 다시 출근하자 미리 준비해 둔 축하 엽서와 동료들이 조금씩 돈을 걷어 100 유로치dm상품권을 나에게 주었다. 개인적으로도 아기 장난감, 작은 인형 등 선물을 주는 동료들도 있었다. 이렇게 큰 선물을 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평소엔 차갑다고 생각했던 동료들까지 모두 마음을 전달해 주다니 큰 감동이였다.

 

 

이 외에도 나의 직장엔 연중 행사가 있다.

가장 큰 행사는 크리스마스 겸 송년회이다. 보통 한달 전부터 동료들끼리 의견 조율에 들어간다. 어디서 회식을 할 것인지, 참석 가능한 인원은 몇 명인지부터 기본적인게 확정되면 주문할 메뉴까지 모두 미리 정해 예약해둔다. 일반 식당에서 식사만 하기도 하고 미리 마니또를 뽑아 마니또에게 선물을 전달하기도 한다. 재작년엔 볼링장이 있는 식당에서 볼링 게임을 하면서 지난 일년에 대해 이야기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여름에도 단합회를 연다. 재작년엔 동료들과 약 5시간이 넘도록 Wanderung을 갔다. 물론 행사에 참석하지 못한 동료도 있지만, 만약에 이러한 행사를 여는 것에 대해 한명이라도 반대의견을 낸다면 행사는 취소되기도 한다. 작년엔 코로나로 인해 반대하는 동료들이 있어 행사는 취소되었다. 철저히 모든 동료가 동의하여야 이런 행사가 가능하다. 또 한번은 팀장의 집에 모든 동료들을 초대하여 그릴파티를 하기도 했다.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 것은 본인이 구워먹을 고기를 챙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집주인이 더 많이 준비하기도 하고, 나는 고기대신 특별히 한국음식을 가져가 나누어 먹었다.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많은 행사들이 제한되고 만남도 어렵지만 독일 직장에서 동료들과 친해지고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는 데에는 꼭 경조사, 직장 행사에 참여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나는 가끔씩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김밥이나 불고기 등을 가져가 동료들에게 대접하기도 한다. 한국음식도 알리고 나에 대해 알리게 되며 동료들 또한 맛있게 먹으며 김밥에는 무슨 재료가 들어갔는지부터 한국에 대해서도 궁금해하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직장생활을 하며 느낀 독일 사람들은 참 소박하고 작은 선물이라도 마음을 전달할 수 있고 의미가 있는 선물들을 좋아하며, 큰 배려나 친절, 선물은 오히려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내 생각에는 현금을 주는 건 굉장히 성의없는 선물로 느끼는 것 같다. 직장생활 중 경조사가 생긴다면 마음을 담아 작은 선물을 전달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저자: 저는 현재 아름다운 모젤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위치한 재활병원에서 유일한 한국인 체육전공자/운동치료사로 5년차 일을 하고 있으며, 아내와 딸, 아들 그리고 뱃속의 아기와 함께 천천히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아빠입니다.

전체 1

  • 2021-03-23 15:45

    읽으면서 참 소소하고 따뜻함이 느껴졌어요.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고 따뜻한데요, 외국생활이 힘들다 보니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놓치고 살아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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