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우파 폭력, 그 질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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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이후 169명 이상 극우파 폭력으로 사망 추정
주로 난민에 가해지는 폭력이 살인으로 이어져
네오나치뿐 아니라 개개인, 군인 등 가해자의 계층 다양

통일된 지 30년이 돼가는 오늘날에도 독일에선 극우파를 지지하는 집단에 의한 폭력 사례가 드물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치안 당국은 이러한 폭력을 ‘정치적 범죄(politisch motiivierte Kriminalität)’라고 명시하고 있으며, 대체로 외국인과 유대인, 무슬림, 그리고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의 지지자나 대표를 상대로 가해지는 폭력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기준이 모호하여 실제로 이 폭력의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가령 1990년 이후 이 폭력으로 인해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한 희생자는 총 85명으로 알려져 있는데, 독일 여러 언론은 단순한 개인적 원한으로 인한 폭력으로 치부된 사건이 많다고 주장하며 최소 169명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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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벌어졌던 극우파 폭력의 사례는 지난 6월 2일 카쎌의 시장 발터 륍케(Walter Lübcke)의 살인 사건이다. 이 사건의 가장 유력한 피의자였던 슈테판(Stephan E.)씨는 1990년부터 여러 극우파 폭력을 저질러 경찰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아직 수사가 마무리 지어지지 않아 살인 동기가 정확하진 않지만, 륍케 시장이 난민 구호를 위한 입장을 보여온 것에 대한 앙갚음으로 분석하는 언론이 많다.

이러한 난민 혐오로 비롯된 폭력은 2015년에도 있었다. 2015년은 난민의 유입 수가 너무 많다는 여론이 생겨나던 시기였고, 그만큼 난민을 상대로 한 폭력 사례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가령 2015~2016년에 집계된 난민의 피해 건수는 공식적으로 알려진 것만 해도 995개에 달한다. 이 중엔 심지어 폭탄 테러를 일으킨 경우도 있었다. 극우인 집단 Gruppe Freital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난민과 그 보호 단체 인원을 상대로 2015년에 폭탄 테러를 저질렀고, 이 사건으로 소송이 걸린 여덟 명은 2018년에 테러 집단 형성을 이유로 처벌받았다. 이 외에도 같은 해 5월엔 Oldschool Society라는 집단도 폭탄 테러를 계획하다 다섯 개의 도시에서 사전에 진압됐다.

물론 극우파 폭력은 네오나치 집단의 연결망에 속하지 않은 개개인에 의해 행해지기도 하는데, 이 경우 주로 정치인이 목표물이 된다. 2015년 쾰른(Köln) 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헨리테 레커(Henriette Reker)는 난민 지원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다는 이유로 한 괴한에게 목에 칼로 찔렸다. 레커는 하지만 그날 크게 다치지 않아 다음날 시장에 당선됐다. 2017년엔 자우어란드(Sauerland) 알테나(Altena)시의 시장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이때 가해자는 ‘넌 내가 목말라 죽게 해놓고 이 도시에 외국인 200명을 데려왔다’고 외치며 칼로 상해를 가하려 했었다. 하지만 근처에 있던 한 구멍가게(Imbiss) 직원이 개입해 시장은 크게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난민에 대한 폭력은 통독 직후에도 있었다. 약 30여 년 전에도 난민의 권리에 대한 논쟁이 있었고, 1990~1993년엔 특히 난민을 대상으로 한 테러가 극에 달해 극우파 폭력으로 인해 58명이 사망했다. 통독 이후 첫 극우파 폭력을 가한 네오나치 집단은 1990년 11월 24일 한 외국인에게 폭행을 가해 바닥에 쓰러뜨린 뒤 그 머리 위로 뛰어 밟아 살해를 저질러 당시 화제가 됐다.

하지만 공직자라 하여 극우파 폭력에 가담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지난 2017년엔 군인 프랑코(Franco A.)씨가 난민 테러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었는데, 혐의 부족으로 풀려날 뻔했으나 현재 외무부 장관인 하이코 마스(Heiko Maas)를 비롯한 여러 정계 인사를 포함한 테러 블랙리스트가 발견됐다. 이 사건은 군 내에도 극우파 사상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서 독일 여론에서 한동안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리고 난민 정책이 화자 되지 않던 시기에도 극우파의 폭력은 있어왔다. 가령 ‘지하 나치(Nationalsozialistischer Untergrund)’라는 테러 집단은 13년간 정체를 숨기면서 2000~2007년에 9명의 이민자와 한 명의 경찰을 폭탄 테러와 총기 테러로 살해했다. 그러다 2011년 은행을 털려다 존재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이 중 우두머리던 두 명이 자살했고 다른 한 일원은 체포됐다. 이로써 극우파 테러단이 긴 시간 존속해 온 것이 드러나자 이 문제를 과소평가하고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희생자 중 케밥 집을 운영한 터키인이 있었다는 점으로 ‘되너 살인 사건(Döner Morden)’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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