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유치원(Kindergarten)’ 이야기 #.03
독일 유치원에서는 강조하는 ‘배움’은 일상적인 경험이다. 즉, 우리나라와 같은 ‘학습적 배움’은 없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비로소 ‘학습’이라는 배움이 시작된다. 때문에 정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독일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을 돕기 위한 예비과정을 마련해두었다. 바로 ‘예비수업(Vorlaufkurs)’이 그것이다. 큰 아이 지온이가 이제 곧 만 7세가 된다. 초등학교(Grundschule)에 입학할 나이다. 때문에 이 교육대상에 포함되어 얼마 전부터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외국아이들에게 제공되는 특별한 독일어 수업, Vorlaufkurs
이 예비수업과정은 교육청(Schulamt)에서 관리하고, 해당 유치원에서 아동을 파악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등 조력하며, 관련 초등학교에서 직접 교사를 파견하는 긴밀한 교육공조 속에 이루어진다. 이 수업은 보통 일주일에 2번, 한 시간씩 이루어지는데, 노래와 음악, 스포츠, 퀴즈 등 ‘놀이적 요소’가 포함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일어를 배우게 한다.
교육 관청의 지원도 각별하다. 지온이의 예비수업 교육비는 물론이고 수업장소까지 등하교를 시키기 위한 버스 및 인건비 일체를 부담해준다. 첫째 딸의 경우 등하교 버스는 오로지 지온이만 탑승한다. 버스 기사 아주머니가 오전 유치원에서 지온이를 데리고 수업시간에 맞게 이동했다가, 수업이 끝나면 다시 집 앞 부모에게까지 직접 데리고 와준다. 그러니까 우리 딸은 벌써 전담기사가 생긴 셈이다.

보통 이런 승합차를 ‘학교버스(Schulbus)’라고 부른다. 참고로 독일에서 유치원을 상징하는 색은 ‘주황색’ 표시다. ‘노란색’은 우체국 표시.
독일 정부는 이민자와 난민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연방정부의 이민 및 난민 지원사무소(BAMF, Bundesamt für Migration und Flüchtlinge)에서 주로 이를 담당하는데, 정착을 위한 독일어 교육비용 뿐 아니라 다양한 생활체재비를 지원한다. 독일에는 대학 등록 역시 난민을 위한 전형이 따로 있을 정도이다.
국가가 앞장서서 이들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것이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잠재적 위기를 제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그들이 어려움에 오랜 기간 노출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위기 집단이 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그런데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훗날에는 오히려 국가의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독일 역시 여느 선진국처럼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인력이 감소하고 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비단 인도주의적 지원일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선 투자라 볼 수도 있겠다. 여러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독일의 이러한 일관된 난민 정책은 지금 어느 정도 효과가 드러나는 듯하다. 난민들은 이제 산업 주체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어쨌든 우리 첫째도 이런 독일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하는 듯하여 아내가 직접 따라갔는데, 둘째 날부터는 먼저 이러더란다.
엄마, 이제부터는 따라오지 마. 가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
마음이 적이 놓인다. 이제 일주일이 조금 지났다. 매일 큰 애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얼마 전부터는 “아빠, 하온이가 오늘 독일어로 대답했어. 오늘은 시훈이가 독일 애들이랑 계속 붙어서 놀았어.”라고 말하기 시작한다.
우리 아이들은 천천히, 그렇지만 즐겁게 독일 사회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 작가: 바후르
“내 글은 삶을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내 삶은 글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독일에서 삼남매를 키우는 35세 대학생입니다. // *더 많은 글 : bahur.tistory.com
- 본 글은 바후르 작가님께서 브런치에 올리신 글을 동의하에 옮겨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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