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자유대학교 교수, ‘한일 관계 문제 해결은 일본의 의지에 달려있어’

138


한일 간 무역 분쟁, 동아시아의 이익과 평화 해쳐
일본은 한국 모욕 그만두고 진정한 잘못 인정이 중요

베를린 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ät Berlin)의 한국학 교수 한네스 모슬러(Hannes B. Moisler)가 최근 독일 언론에 사설을 올린 바가 있다. 그는 근래에 진행되고 있는 한일 무역 분쟁에서 거론되는 과거사 문제를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Poring Studio/Shutterstock.com

 

수년 전 한국 대법원은 일본의 두 기업에 과거 한국인 강제 노동(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반응해 일본 정부는 1965년 한일 간 맺어졌던 협약을 근거로 항의하며 올해 여름에 한국 수출품을 제한했다. 한국 정부는 이 반응을 두고 일본이 과거사 청산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여러 국가에서 영문 신문에 일본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중이며, 이는 분명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의 신용을 깎아 불신하도록 만들려는 것이다.
독일과 일본은 2차 세계대전에 인류를 대상으로 큰 범죄를 저질렀다. 이에 대해 아직 양측 모두 해결하지 못한 사안이 많지만,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이 양측이 서로 분명하게 다르다. 일본에서 어두운 역사를 조명할 경우 대부분은 종전을 얼마 앞두고 미국의 핵폭탄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희생자에 집중한다. 그리고는 일본은 독일과 대립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이 두 국가의 차이는 크다. 유럽에선 전범인 독일이 분단된 것과는 달리 아시아에선 전후에 분단된 것은 일본이 아니라 한국뿐으로, 이는 훗날 6.25 전쟁의 발단이 됐으며, 이를 위한 전쟁 물자 공장을 통해 일본은 경제 부흥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일본에서 천황은 단순히 단일 국가와 역사적 연속성의 상징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헌법에 명시가 되어 있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으로 시작하는 독일 헌법과 대조되는 점이다.
한반도는 1910~1945년에 강압적인 일제 치하에 있었다. 다른 여느 아시아 국가처럼 많은 한국인이 일본이라는 이웃에 의해 압력과 수탈, 강제 노동, 강제 매춘을 당하고 실험 대상으로 쓰였다. 그리고 1965년 한국 군부 독재자 박정희가 양 국가의 수교를 정상화하려고 조약을 일본과 체결하게 된다. 당시 이미 경제 부흥을 겪은 일본은 한국에 값싼 대출금으로 5억 달러를 지원했고, 이로써 일본은 한국의 요구를 모두 청산한 것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물론 이 외에도 여러 일본 대표의 사과가 이어졌다. 하지만 진정한 속죄의 정치는 없었다. 오히려 일본은 인류를 대상으로 했던 범죄를 부정하고 전범을 영웅화하며, 일본국 헌법 제9조(일본의 전쟁 포기)를 없애려는 움직임을 보일 뿐 아니라 역사 비판적인 전시회를 방해하는 등 한국과 다른 이웃 국가에 모욕을 주고 있다. 특히 전범 피해자의 보상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세우는 한국 전범 피해자의 보상 요구 권리를 부정하는 법적 근거도 의문스러운 점이 있다. 왜냐면 기본적으로 국가 간의 조약으로 개개인의 요구가 소멸되는 것은 아니며, 특히 인권 침해와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이미 중일 간 조약이 체결된 상태임에도 일본 대법원은 중국 강제 노동자에게 여러 번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가 있다. 설령 1965년 한일 조약이 개개인의 요구를 소멸시킨 내용을 담고 있다 하더라도 국제법적으로 반박이 가능하다. 국제법의 기준에 따르면 강제 노동자의 요구를 소멸시키는 계약은 강행법규를 어기는 꼴이 되어 무효가 되게 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보상금 지불이나 법적인 판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잘못을 숨김없이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과 이에 맞는 자세를 피해자에게 보이는 것이다. 동아시아의 이익과 평화는 한일간의 지속적인 화해에 달려있고, 이에는 일본의 의지가 결정적이다.

ⓒ 구텐탁코리아(http://www.update-gutentagkorea.wpmudev.host),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